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구름

아침 9시 15분전에 집을 나섰다. 짓눈개비가 덮인 아침은 어둑어둑했다. 집을 나서자 비가 치럭치럭 내리기 시작한다. 비오는 날 시향을 잘 지내면 운복을 받는다고 애써 기분을 좋게 하였다. 총무로 지정한 부산 종수가 먼저 도착하였다. 그 다음은 창원의 종수가 아들과 도착하였다. 나이 30살인데 어린학생같다.

창원 종수가 동생의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무두 신주소로 어떻게 바꾸었는지 묻는다. 주소변경 프로그램과 전화연락이 된 사람들만 바뀌고 연락도 없고 프로그램에서 작동을 하지 않은 놈은 옛주가 그대로라고 했다.

옆에서 엿듣고 있던 원덕이가 '이놈 저놈하지마시오!'라며 나의 심기를 건더린다. 오늘은 제를 지나기도 전에 어른을 개무시하며 건방을 떤다. 종중의 향제에서 제를 주관하는 나를 화나게 하는 놈이 복을 받을 수가 없다며 당장 돌아가고 야단을 쳤다.

청소를 마치고 젯상을 차릴 무렵 구름이 걷히고 하늘에 햇볕이 비친다. 향제를 끝내고 모두 집으로 돌아갈 무렵에 다시 하늘엔 구름이 끼었다. 오늘 향제는 부산 사직동 종윤의 처와 창원 종수의 처가 집사람을 도와 깔끔하게 정리하여 주었다. 일은 손으로 하는 정직함을 보여준 두 질부였다.

부산 사직 종윤의 처가 젯상에 대왕문어 두 마리가 헌사하였다. 아직 종신회원 동록이 되지 않았지만 년말회계를 마치는 봄 이사회에서 종신회원 등록을 추천할 작정이다. 두 질부의 노련한 도움으로 오늘은 즐거운 향제였다고 아내가 오랜만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