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춥고 추적추적 비가내리니 경로식당에 식객이 적을 줄 여겼다. 비가오는 바람에 우산을 쓰고 걸어갔으니 평상시보다 십분가까이 늦은 시간인데도 장사진이 강의실까지 늘어져 있었다. 명절은 독거노인의 소외감을 더 하듯이, 우울한 날씨가 사람이 붐비는 곳을 그리워 하기 때문일게다. 며칠동안 얼굴이 보이지 않던 어른들도 비오는 오늘 모두 나타나는 것도 같은 연유가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신호대 로타리를 건너오는 노인이 100세가 넘은 어르신 같아 보였다. 오늘도 늦으신 것을 아시는지 부지런히 서둘러 걷는 모습이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다. 봉사자들이 늦게왔다고 서운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노인들이 가장 즐기는 식단이다. 향긋한 청국장에 돈육점이 부드럽게 씹히는 고소한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래서 식객이 많은 지도 모른다.

   여름철엔 카레밥이 인기가 있고, 겨울 철에는 장어국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매일 같이 정성이 담긴 훌융한 음식이라고 칭찬이 잦은 요즘은 식단을 구별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60대 후반의 노인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연유다. 처음은 이들이 먼저 싯사를 하려고 서둘더니, 요즘은 어른들을 배려해선지 식사를 뒤에 하는 것 같다. 나역시 먼저하기 송구스러워 매일 줄꼬리에 선다. 원칙이란 순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