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첫 번째의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해가 바낄때면 생각나는 친구가 나였다는 말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이심전심이란 말을 자주 쓰는 이유다. 학창시절 성탄 전야만 되면 마을 앞 동산 언덕에 올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트럼펫으로 불었던 생각이 날때마다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도 함께 트럼펫을 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교 졸업할 때까지 크리스마스 이브 심야의 고요한 마을 하늘에 가냘픈 트럼펫의 눌물을 뿌렸다.

  지금도 동창들 중에 요즈음도 성탄을 맞으면 고향 언덕에서 슬프게 퍼지는 트럼펫소리가 생각난다며 나에게 전화를 해주는 친구도 있다. 전화를 해준 친구도 이웃이었다. 명절이라 고향산소에 와보아도 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서운하여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나 역시 친구를 좋아하기에 고향에 내려오면 만나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내맘 같지 않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향에 올 때면 전화를 해달라고. 진주는 먼곳이 아니라고.

  서울 친구들이 고향에 내려올때 연락을 주면 그 핑계라도 고향에 들러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에 그리움으로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죽마고우 밖에 더 있는가. 아직도 우정의 정직한 뜻을 모르고 사는 동창도 더러있다. 심지어 친구란 단어는 면식있는 시장 잡배보다 못한 사람으로 해석는 동기도 있고, 친구를 위험한 상대로 대하는 불신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