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들의 기억

  부모님께서 진주의 활인 아저씨의 권고를 들어주셨다면 나도 진고29회를 졸업했을 것이다. 한용운, 정이동이 입학했고 그 뒤 최기성, 장문석, 손길태가 2학년때 전학을 하여 진고를 졸업했다. 전학한 친구들은 부형이 교직이나 관직에 있어 쉽게 전학을 했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경제적인 여건만 되면 전학은 쉬웠다. 고교 입학시기에 우리집은 어려움이 닥쳤다. 진주 장대동에서 제생당한의원을 하시던 활인아저씨 집에서 학교를 보내 주겠다고 하셨는데 부모님은 나를 떼어놓지 않으셨다.

   고향의 하동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진고29회와 진농45회의 막역한 친구가 많았다. 체육활동(축구와 권투)을 통하여 어울렸고, 가장 정이 깊었던 것은 하동고등학교 밴드부 창설때 지도 멘토를 진고와 진농의 밴드부 친구들이 와서 도와주었던 것이다. 진주 친구들은 악기까지 빌려주며 연주법을 가르쳐주었고, 방학때는 학교를 방문해 집중으로 지도해 주기도 하여 재동예술제 행사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 우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음악을 즐기며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진주 친구들의 덕분이다.

  그 때의 친구 동기들을 복지회관 경로식당에서 만나 보고도 서로를 알지 못했다. 너무 긴 세월을 늙게 해 버린 탓이다. 그래도 아스라히 되살아난 이름이 있었다. 어디서 만나본 얼굴인데 이름을 알 수 없어 영양사에게 물었더니 가르쳐 주었다. 함께 권투를 했던 진농 친구는 강기주였고, 진고 친구는 김규식이라는 기억이 났다. 아직 진고친구는 경로식당에서 만나지 못했으나, 진농은 대여섯 된다고 했다. 마치 동기동창같이 느껴져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