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9일 목요일 맑음

  추석에 맞은 손님

  7시가 되기 전에 이웃에서 보내온 선물을 가지고 고전 완수 형수댁을 찾았다. 산소에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금년에는 작년 처럼 조카들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선물상자에 명함을 꽂은 채 먼지가 쌓인 청마루에 놓아두고 봉안당으로 돌아왔다. 종중이 모든 종회원에게 선물을 보내주는 명절을 맞도록 해 달라고 추원당에 간절히 빌었다. 봉안당 관리가 잘 되어 잉여수익이 생기고, 발전사업도 계획대로 추진되면 장학금과 노후복지금도 지급하는 종중이 될 수도 있다. 종회원의 무임승차를 너그럽게 허락하는 종중이 되는 것이 사업목표가 아닌가.

  이런 목표는 종회원 모두가 권리 의무를 다 할 때 성취할 수가 있다. 종중사업을 위해 헌신한 공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북한처럼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한 개방 전의 가장 큰 원인을<따 꾸오 판>이라했다. '한 솥밥을 똑 같이 먹는다'는 평균주의다. 의무를 다 한 사람과 하지않은 사람을 당원(종원)이란 명분 때문에 같은 식량을 나누는 평균주의로는 사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성묘일에 봉안당 마당에 거두지 못한 잡초를 치우고 염수산용액으로 돌바닥의 석태를 문질러 ��고 있는데 <한 기주>씨의 전화가 왔다. 격한 어조로 대화를 했던 어제와는 달리 공손했다. 오후 늦게 진주를 방문하겠다고 하여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약속한 7시 전에 집을 찾아온 한씨 형제가 고마웠다. 망자와 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치며 좋은 선입감으로 보아달라 했다. 민원성이 있는 장묘설치를 시비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나는 종증회의록을 보여주며 발전사업재원으로 매각이 결정된 위토이고, 택지로 매입할 사람까지 있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한씨 형제는 종중에서 반대하는 사람(종현) 때문에 매입하지 못했다는 장황한 이야기로 장묘설치에 분쟁여지가 없다는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미 발생한 분쟁을 해소하는 것은 종중에서 의결된 합리적인 가격(2천만원)으로 인수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해 주었다.

    한씨 형제는 만약 집을 지을 때 경계복원과 축성 등에 방해하지 않겠다고 큰소리 치면도 해당토지매입을 형제들과 상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종중은 땅값을 많이 받을수록 더욱 좋지만 분쟁없이 종중의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한씨 형제의 증언대로 종중사업을 방해한 종현이에게 이 위토를 강매를 시키고 종중의 빚도 변제하도록 징벌을 결의 해야 할 것 같다.

   두고 간 선물을 챙겨주었으나 매정하다는 한씨의 격한 말에 멎적게 받아들었다.